2008년 08월 19일
길고 긴 잡상
일을 하거나 놀거나 한답시고 컴터 앞에서
시종일관 눈동자와 손꾸락만 놀리고 있다 보면
분명 지금 하고있는 이런 짓거리(-_-;)가
내 현실을 움직여가고 있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그다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인데도
가상현실 속에서 부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이건 내용적인 문제가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 몸으로 느껴지는게 부족한 것이다.
도스니 베이직이니 보석글이니 하며
컴퓨터를 교양수업에서 처음 배울 때만 해도
내가 앞으로의 일을 하고 살아가는 데에
중심적으로 사용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런 건 전산 전공자나 그래픽 쪽에서나 그런 거지, 했는데
불과 2-3년 만에 모든 자료는 컴터/워드프로세서로 정리하게 되더니
금세 공부도, 놀이도, 인간관계도 컴터로 하게 되어버렸다.
책장을 넘기며 읽는 대신 자료를 스크롤/클릭해 가며 읽고,
주요 부분이 나타나면 메모를 하거나 카드를 작성하는 대신
죽-죽- 긁어다가 붙이거나 캡처를 해 둔다.
중간중간 펜을 돌려가며 글을 쓰는 대신
손가락을 따닥거리며 자판을 쳐 댄다.
쓰는 행위에서 치는 행위로...
행위가 변하면 감각도 변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난 이렇게 자꾸만 삶이 부박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몸으로 감각하고
몸에 각인되는 일이 점점 적어져서..?
하지만, 분명 컴터질 때문에 생긴 게 틀림없는
일자목과 손목터널증후군도 분명 엑스레이 사진에 찍혀있고
조금만 지나치다 싶음 손목과 손꾸락에도 엄습하는 통증이 있으니
이게 몸으로 느끼는 현실이지 뭐냐, 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내 몸이 갈 데 없어하는 것 같은 기분은 남는다.
....................
앞으로 가상현실 테크놀러지가 더더욱 발달해서
몸으로 느끼는 모든 감각들을 뇌의 자극 만으로 재현할 수 있게 되면
그걸 (어렵겠지만) 모든이들이 빈부의 격차 없이 누릴 수 있게 되면,
우린 다른 누군가도, 어느 것도 실제로는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일까?
몸의 제약으로부터 정신/마음을 해방시키는 것,
그것은 죽음과는 다른 그 어떤 상태가 될 수 있을까?
# by | 2008/08/19 12:53 | + 소 화 불 량 + | 트랙백 | 덧글(10)









